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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평론가 강소원의 영화와 삶 -'어떤 신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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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에 다녀왔다. 열여덟 해를 맞은 전주국제영화제는 더욱 강고한 태도와 선명한 시선으로 당당하고 단단해 보였다. 부산국제영화제가 화려한 작가적 성찬으로 시네필들을 홀린다면 전주국제영화제는 미지의 청년 감독들이 내지른 일성으로 시네필을 동요시키고 있었다. 세상의 가장자리에서 웅성대는 수상하고 발칙한 소음들을 모아 세상의 중심으로 폭탄처럼 내던진 영화랄까. 5월 전주의 거리는 햇살로 눈부셨지만 일단 극장으로 들어서면 세상의 비극이란 비극은 거기 다 모여 있는 것 같았다. 독립과 대안을 기치로 삼은 전주영화제의 영화들은, 내가 본 영화에 한정해 말하자면, 극히 전투적이고 현재적이었다. 아마도 내가 선택한 영화 대부분 다큐멘터리였기 때문이리라.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영화는 매튜 하인먼의 '유령의 도시'다. IS의 만행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시리아 청년들이 조직한 '라카는 조용히 학살당하고 있다'(RBSS)의 활동을 담은 이 다큐멘터리는 매우 충격적이었다. 그 어떤 스릴러 영화보다 더 가슴 졸이며 지켜보게 되는 이 영화에는 어떤 공포영화도 다다르지 못한 끔찍한 실제적 공포 속에서 그 어떤 슈퍼히어로도 감내한 적이 없는 시련과 희생을 견뎌 내는 영웅적인 인물들이 등장한다. 적어도 이 영화를 보는 동안만은 그곳에서 태어나지 않은 것만으로도 얼마나 운이 좋은 것인지를 실감하게 될 것이다. IS의 잔혹한 만행이 숨김없이 드러난 탓에 심의를 통과할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더 많은 사람이 이 영화를 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그게 RBSS 청년 저널리스트들의 희생에 값하는 우리가 보내는 최소이자 최대의 응답이기 때문이다.

시리아 청년 저널리스트들의 신념이 죽음도 불사하는 극한의 것을 요구한다면, '켄 로치의 삶과 영화'는 좀 더 일상에 밀착된 실천적 신념의 모범적 전형으로 보인다. 영국의 유명한 사회주의자 감독 켄 로치의 생애와 작품을 다룬 이 다큐멘터리는 일종의 전기영화다. 81세의 이 노감독은 2014년에 은퇴를 선언했다가 다음 해 영국 총선에서 보수당 정권이 들어서는 걸 보고는 분노에 차서 만든 '나, 다니엘 블레이크'로 복귀하여 올해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평생 노동자 편에 서서 영화를 만들어왔다. 정부와 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관점 탓에 정작 영국에선 '켄 로치는 왜 그토록 고국을 혐오하는가'라는 식의 공격도 종종 받았지만, 그것이 그의 사회주의적 신념을 흔들어 놓지는 못했다.

훌륭하고 성공적인 그의 경력을 따라가는 이 영화에서 좀 더 흥미로운 대목은 그가 숨기고 싶은 순간들에 있었다. 젊은 시절에 보수당을 지지한 사실을 부끄럽게 고백하던 그는 대처 정권 시절에 생계를 잇기 위해 빅맥 TV 광고를 찍었던 일만은 아직도 숨기고 싶어 했다. 하긴 켄 로치가 칸영화제에서 턱시도를 입고 레드카펫에 서는 것도 비아냥대는 이가 있으니 어떤 신념에는 그만큼의 맷집도 따라야 하는가 싶다. 무엇보다 하나의 신념으로 60여 년의 영화세계를 일관한 그는 예술가연하지 않은 예술가였으며 정치인보다 더 선동적인 화자이자 목소리를 빼앗긴 하층민들의 대변인이며 무감한 관객들을 일깨우는 계몽가였다.

시리아의 청년 저널리스트들과 사회주의자 감독 켄 로치에게서 본 신념은 의심의 여지 없이 확고해서 아름다웠다. 우리가 지금 대선 후보들에게서 발견하려는 것도 어떤 신념이 아닐까. 그러나 지금은 신념은커녕 최소한의 명분도 없이 탈당과 입당을 번복하는 정치인들의 이름에 구토가 난다. 백 일도 못 가는 신념. 여기에 올해 칸영화제에서 켄 로치가 한 말을 덧붙여 두고 싶다.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 

부산일보. 2017.5.4.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7050300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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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용, 송병준 DNA를 타고난 바른정당 의원들. 바른정당과 이 정당 의원들. 어떠한 신념이 있어서 새누리당에서 쪼개진것이 아니라, 탄핵정국에서 살아남기 위한 밥그릇 챙기기로 만들어진 이합집산의 결과임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애초에 한나라당이 보수집단이라 하는 것도 어불성설인데 바른정당이 새로운 보수세력이라니요. 바른정당을 향한 동정표에 냉소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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